2021년 영국의 홀로서기에 대비하라
수석부회장 법학박사 이재길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2020년 1월 29일 유럽연합(EU : European Union) 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고 역사적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조건을 정한 협정안(Withdrawal Agreement)을 가결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4년여간이나 큰 우려와 잡음 속에서
진행되었던 영국의 홀로서기 노력과 대혼란이 일단락되게 된 것이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동안 우리는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연합이라는 하나의 경제체제 또는 시장과 단일 협상 국가나
마찬가지인 유럽연합과 2011년 한·EU FTA를 체결하고 시행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진행해왔었다. 따라서 공동체제의 지식재산권이나 상표
제도 등 상호 관련된 모든 경제적, 정치적 어떤 면에서도 크게 달라지거나 바뀌는 것도 없고 직접적인 영향은 더더욱 없다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연일 브렉시트와 관련한 영향과 변화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유럽지역의 패션 또는 섬유 관련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를 예정하고 있는 패션디자이너와 패션업체들이나 현지 직진출은 아니지만 온·오프라인 쇼룸 입점 등의 형태로 유럽
시장에 참가하거나 자신의 의류 등 제품을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유럽에 유통하고 있는 많은 크고 작은 업체들이 소위
브렉시트와 관련해 이것저것 브랜드 운영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유념해 두어야 하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브렉시트 이후의 향후 일정과 방향을 조금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영국과 유럽연합 간 탈퇴에 관한 협정안에 따르면, 영국은 2020년 1월 31일 EU를 탈퇴하게 되었지만, 협정의 발효일인 2020년 1월 31일로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소위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을 갖고 해당 기간 EU 내 단일시장에 기존과 같이 남아 그동안 회원국들과 함께해온 지식재산권법 등을 비롯하여 모든 EU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전환 기간 종료 전까지 EU와 영국은 국가 간
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한 자유무역 협정(FTA)체결을 비롯해 안보와 이민 그리고 외교와 교통 등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 사항들에 대한 관계를 규율하고 향후 운영 방향을 정하는 구체적인 협정체결 및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만약 전환 기간에 이들 간의 원만한 분야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확정되지 않을 때에는 2020년 7월 1일 이전에 상호 협의를 통해
불가피하게 올해까지인 전환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탈퇴한 영국 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왕 탈퇴가 확정된 이상
신속한 영국 단일체제의 안정과 경제 분야 등 전 분야의 홀로서기 완성을 위해서라도 전환 기간의 연장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반면, 유럽 시장에 밝은 경제학자들이나 여러 유럽 국가의 혹자들은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은 각국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인들이 많아 원만한 합의 도출이 그렇게 쉽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앞으로 전개될 양측의 전환 기간 10개월여의
촉박한 일정으로 영국이 아무런 합의안도 도출하지 못하고 EU를 일방적으로 떠나는 No-deal BREXIT도 우려되고 있으며, 우리와도 많은
부분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러한 양측의 협상 과정을 관심과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차원 또는 우리 패션 산업 차원의 변화와 영향분석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각 개별업체와 관련인 들은 향후 시장에 미칠 변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 그리고 적절한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21년부터 영국이 홀로서기를 한다는 전제하에 이제는 유럽연합에서 분리한 영국만의 고유 지식재산권 제도와 상표 제도를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영국은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불문법 내지 판례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유사한 국가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식재산권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으로 크게 분류하여
개별법과 관리 틀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우리가 인정하고 있는 소발명 제도인 “실용신안제도”를 영국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특허의 경우에도 등록 후에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결여된다고 판단이 될 경우에는 등록이 거절될 수도 있으며, 디자인의 경우에는 등록 디자인은 5년 단위로 권리를 갱신하여 사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 디자인권보다 5년이 더 긴 최대 25년까지 권리가 보호된다. 그리고
미등록 디자인의 경우에도 디자인을 완성한 날로부터 15년간 보호되는 특징이 우리와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그동안 유럽연합을 통하여 공동으로 확보된 특허와 상표 등 지식재산권들은 아마도 전환 기간에 양자 간 협의를 통하여
유효한 법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제는 유럽연합의 IP 제도만으로는 영국 시장에서 자동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영국 내의 개별법에 따른 별도의 접근법도 알아두어야 한다. 따라서 완전히 분리되는 시점까지는 지금의 유럽
지식재산청(EUIPO)을 중심으로 공동체 특허나 공동체 상표인 유럽연합상표(EUTM) 와 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도 현재는 특허와 상표 같은 산업재산권에 대하여는 우리처럼 등록주의와 선출원주의를 대원칙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영국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진출 전이나 유통 전인 사업 초기에 시장에 대한 IP 확보와 관리 틀을 마련하여 두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다양한 섬유 패션전시회가 영국에서 많이 개최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전시회에 참가하기 전에 IP 제도를 이해하고 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즉, 유럽과 영국을 별개의 국가와 체제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영국에서의 상표에 대한 영역과 분류체계도 우리와 같은 국제상품분류(니스 분류)를 따르고 있어 상품(1류~34류)과 서비스표(35류~45류)에 대한 영역이 같이 적용된다. 상표권을 등록하고자 할 때는 우선 심사제도와 일반심사제도로 나뉘어 있으며 사업의 진행이 빠르다면 당연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우선 심사제도를 활용하여야 하고 상표의 종류도 우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소리와 냄새 같은 비전형 상표권을 비롯하여 맛 상표도 인정되고 있다. 상표권을 등록이 완료되면 10년간 권리가 부여되며, 이후부터는 갱신제도를 통해 권리를 유지하면 된다. 등록 후
상표의 불사용취소제도는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5년간 불사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자국 내 사용이 원칙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상표 제도의 운영은 우리나 유럽연합과 유사하다고 보면 족하고 상품분류에 있어서 류구분을 넘어 유사 여부를 심사해야 할 상품, 서비스가 정해져 있다. 이를 “Cross Search List”라 하며 영국의 지식재산청이 이를 전반적으로 관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국가들과 국경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영국은 물론 유럽국가 국가별 세관을 통한 상표권 보호 등록 제도를 동시에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상표권 등 침해관리가 될 수 있음을 참고하자. 특히 영국은 신사의 나라인 만큼 불법과 침해 그리고 IP 분쟁에 대한 대응에 더욱
강력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아직은 영국과 유럽연합의 결별을 위한 준비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듯 보아지만 바뀔 수 없는
시장의 변화인 만큼 우리 모두 신속히 대응을 준비하여 사업을 빈틈없이 하는 현명함을 갖도록 하자.